우리 가족 모두는
오르 내리는 계단 모서리에 터 잡은
고들빼기에 눈이 갔다.
어쩌자고 이곳에 터를 잡았나 싶었다.
유독 메마른 여름도 견디며 생명을 이어갔다.
가을을 접어들 즈음
더위도 한창일 때
노란 꽃을 피웠다.
기특하기까지 했다.
하나가 둘이 되고 그러다 하얀 수술 달고
씨 까지 맺었다.
이젠 노란 꽃 둘에 하얀 씨방 하나.
몇 일 후면
씨방은 바람에 깃대어 하늘을 날겠지.
도심 속 어딘가에 새로운 터전을 잡겠지.
아니라면 양지바른 옥토면 더 좋겠다고 바랬다.
그러다 문득
내가 부끄러웠다.
계단 모서리에 자리잡고도 꽃 피고 씨 맺은
너를 보니 내가 초라하다.
이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는
이 꽃 한 송이 보다 못한 나였다.
그리고 이 소심한 단상을 글로 남겨 부끄럼을 남긴다.
너 보다 못하기에 너에게 배운다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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